유럽여행후기. 11 아이들을 사로잡은 루체른에 도착하다.
노이슈반스타인 성이 있던 퓌센에서 스위스 루체른으로 가는 빠른 길은 유료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벨기에로 갈 때 국도를 이용해 본 우리는 국도 주변에서 볼 수 있었던 풍경에 매료되어 이번에도 국도를 선택하였다. 독일이야 모든 도로가 무료지만 독일을 벗어나면 오스트리아와 스위스는 비넷(유료고속도로 통행증)을 구입하여 차량 앞유리에 부착해야 한다. 즉, 우리는 비넷을 구입하지 않고 갈 수 있는 무료 국도로만 가야 하는 것이다. 구불구불 좁은 길로 가야 하지만 도시에 있는 골목길 곳곳을 지나야 하기에 볼 것은 정말 많았다. 아이들은 차창 밖으로 보이는 마을 풍경과 건축물을 구경하느라 벌어진 입이 다물어 지질 않는다. 가파른 산길도 넘고 옛 미시령 구간처럼 생긴 곳도 지나고, 이제는 이런 길을 만나도 능숙하게 운전을 할 수 있게 되어 뒤에 타고 있는 아이들은 깍아지른 절벽길에만 정신을 쏟는다.
좁은 시골길들을 지나 서서히 목적지인 루체른 표지판이 나타나기 시작하니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진다. 낮에 비가 내린 게 오늘이 처음이다. 여행 기간 절반이 넘는 동안 낮에 비가 내린 건 오늘이 처음이다. 산간 지방이라 날씨 변화가 심한 편에 속한다고 보면 된다. 좁은 도로를 따라 표지판과 네비게이션에 의지하여 캠핑장에 무사히 도착하여 수속을 밟았다.
젊은 여자 분이 씩씩하면서도 친절하게 접수를 받고 텐트 칠 자리를 안내해 준다. 접수 사무실에서 접수하고 바로 자전거를 타고 안내를 해 준 후, 대기하고 있는 다음 사람을 상대한다. 그 사이에 사무실 창구는 잠궈 버리고. 기다리는 사람들은 별 싫은 기색없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줄서는 문화가 아주 잘 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우리가 배정받은 자리는 꽤 넓었다. 텐트를 칠 수 있는 자리는 좁은 곳, 넓은 곳 2가지가 준비되어 있으며, 텐트 크기에 따라 배정해 준다. 자리에 대한 비용은 갘지만 이용하는 사람도 포함해서 계산하므로 사람 수를 고려하여 자리를 배정해 준다.
텐트를 설치하는 동안 아이들은 주변을 관찰하러 갔다. 화장실, 샤워실, 설거지하는 곳, 세탁하는 곳, 놀이터, 매점 등등 여러 시설들에 대해서 아이들이 알아 온 정보를 우리에게 전달해 준다. 아이들이 여기도 시설이 끝내준다고 호들갑을 떤다. 온수 샤워도 무료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화장실에 휴지도 제공되고. 탈수기도 있고.
이곳에는 취사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가스를 이용한 조리기구로 미처 준비가 안된 사람들은 무료로 이용할 수가 있어 급할 때 아주 유용하다. 특히 휴대용 가스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한국 사람들이 이곳을 자주 이용하는 걸 봤다.
사무실에 가서 수퍼마켓 위치를 확인하고 우리는 루체른에서의 첫 밤을 맞이하였다. 텐트를 설치하는 동안과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기 까진 비가 내리지 않았으나 잠이 든 사이에 비가 많이 내렸다. 우린 그 사실을 다음 날 아침이 되서야 알았다.
사진설명:
제일 위: 지금은 운전중.
가운데: 스위스 국경 검문소
아래: 어디서나 찍기나 하면 예쁜 스위스 산간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