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넓은 세계로/해외여행

2000년 유럽 배낭여행 - 런던편

흰바위 2007. 7. 13. 07:45

  공항에서 구한 Travelling in London이라는 정보지에 교통정보가 자세히 들어 있다.
공항에서 Piccadilly 선을 이용하여 Acton Town까지 간 후 District 선을 이용 Ealing Broadway까지
다시 Central 선을 이용 East Acton에서 내렸다. 복잡해 보이지만 다 합쳐서 15정류장에 불과하다.

 

  Europe on a shoestring 책자에 의하면 East Acton 역 근처에 캠핑장이 있다고 하였다.
East Acton 역에 내리니 캠핑장 표시가 붙어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찾아 가니
캠핑장이 다른 곳으로 옮겨 가고 썰렁하게 비어 있었다. 캠핑 계획이 취소된다면 계획했던
예산에도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오랜 비행으로 인해 짜증스럽기도 한데 캠핑장이 사라 지다니.


  무턱대고 텐트를 치자니 물이나 다른 시설이 전혀 없어 무척 난감했다. 아내와 한솔이도
힘들어 한다. 우선 쉬어야 겠다는 생각에 근처에 있다는 "두리 하우스"를 찾아 보았다.
조그만 태극기가 출입문에 부착되 있는 두리 하우스에 들어가니 한국인 여행객들이 식사 중이었다.
남, 녀가 따로 방을 써야 되고 1인 12파운드를 받는 곳이다. 난처한 상황을 얘기하니 주인이
알고 있다는 캠핑장 주소를 적어 준다. 그래 다시 찾아 가 보자.

 

 

  한솔이를 달레어 다시 지하철역으로 갔다.
노선도를 살피고 Central 선을 이용 Oxford Circus까지 간 후 다시 Victoria 선을 이용 Walthamstow
Central까지 간 후 나와서 버스 215번을 이용하여 캠핑장에 도착했다. 찾아 오는 사람이 많지 않아
주인은 사무실이 아니라 숙소에 있었다. 선불로 2일치를 계산하고 텐트를 설치하였다.


  연료로 쓸 가스를 구해 오라고 아내를 보냈더니 가스 파는 가게가 조금 떨어져 있단다.
이 곳에 매점이 있는데 이상하다 생각은 들었지만 아내도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이라
알려준 곳까지 가 봤더니 주유소와 편의점이 함께 있었다. 캠핑장 주인은 가스를 자동차용으로
받아 들였던 것이다. 춥고 배는 고픈데 다시 캠핑장으로 돌아 오다가 매점 창으로 들여다 보니
부탄가스가 진열되어 있는 게 보였다. 짜증을 낼 수도 없는 터라 우리가 사용하는 연료는 부탄이라고
해야 한다고 아내에게 알려주고, 친절한 캠핑장 여주인을 불러 구입했다.

 
  한솔이에게는 맛있는 과자도 하나 사 주었다. 오후 2시가 다 되어가니 얼마나 힘들까.
부랴부랴 밥을 지어 허기를 면하고 짐 정리를 하고 잠시 쉬다가 장을 보러 나갔다.
Soho 거리에 China Town이 있는데 중국인 상점에서는 종가집 김치도 판매한다.
시내에 있는 Selfridges와 Marks & Spencer 백화점 식품 코너는 규모가 대단했다.
쌀을 포함해서 필요한 부식을 모두 구할 수 있었다.
기획상품으로 나온 White Wine도 한 병 샀다. 런던의 첫 밤을 위해.


  캠핑장으로 인해 힘들었던 하루였다. 아침에는 비가 내렸지만 낮 동안은 시원한 날씨였다.
드넓은 캠핑장에 캠핑카를 끌고 온 가족이 10팀 정도 있었고
차 없이 텐트 친 사람은 우리 밖에 없었다.
피곤했던지 아주 깊은 잠을 잤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시내로 나갔다.
자연사 박물관에 들리니 한솔이가 제일 좋아한다. 티라노사우르스의 뼈대도 보고 거대한 공룡들의
모습이 한솔이에게는 신기한 모양이다. 덩치 큰 초식 공룡과 덩치 작은 육식 공룡의 싸움을 보고는
아직도 진짜 공룡을 본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공룡 본 것을 얘기한다.

 

  점심으로는 잼을 바른 식빵과 찐 감자로 해결했다.
대영 박물관은 우리 눈에 엄청난 인상을 주었을 뿐 한솔이에게는 힘든 코스였다.
앞으로는 한솔이 위주로 일정을 잡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예산이 어떨지 몰라 맛있는 것도 많이 사 줄 수 없었다.
사람들은 친절한 편이었으며 거리는 청소차가 3일은 오지 않은 모습이었다.
한적한 곳은 개의 배설물이 많았으며 흑인이 차지하는 비율도 무척 컸다.
세련된 영국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의외로 드물었으며
대부분 입 안에서 우물거리는 발음들이었다. 특히 흑인의 발음은 알아 듣기 힘들었다.
겉모습이 깔끔한 사람들 정도가 세련된 발음을 할 뿐이었다.
파일 자켓이 기본적인 외투로 보였으며 McDonald에는 젊은이들만 가득한 곳이 아닌 여러 계층의
사람들로 붐볐다.
입국 절차에 비해 출국 절차는 간단했다.


  다시 찾아와야 겠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도시를 떠나며 암스텔담행 비행기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