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넓은 세계로/해외여행

2000년 유럽 배낭여행 - 암스텔담편

흰바위 2007. 7. 13. 07:46

  스키폴 공항에 있는 유레일 창구에서 뮌헨가는 야간열차를 예약했다.
예약비로 22길더를 냈다.

 
  지하로 내려가 중앙역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어른 1인 6.5길더가 든다.
중앙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22번 버스를 타고 15분정도 가면 캠핑장이 있다.
버스에서 내려 캠핑장을 찾느라 길을 헤매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정확하게 알고 있지 않아 어설프게 알려준다.
이럴때 나오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길을 잡아 한참을 걸어 갔다.
강에 다다르니 도저히 알 수 없어 머뭇거리는데 승용차에서 아저씨 한 분이 내려
캠핑장의 위치를 알려 준다. 강 건너편 오른 쪽에 있단다.
덩치 큰 배낭을 메고 있는 모습으로 캠핑장을 찾고 있을 거란 생각으로 일부러
내려서 알려 준 것이다. 참으로 고마운 분이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도착하니

규모가 매우 크고 거주자는 받지 않는 원칙을 지키는 캠핑장이
몹시 맘에 든다. 하루 텐트 칠거라 얘길 하니 여권을 맡기라 한다.
텐트를 치고 밥을 지어 먹고 시내로 나갔다.

 

  버스를 한 번 타고 중앙역에 나갈 수 있어 이곳 캠핑장은 텐트를 갖고 여행하는
젊은이가 무척 많다. 자전거를 대여해서 이용할 수도 있다.

 

  오후 암스텔담 거리를 구경했다. 하루 만에 거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빨간 불 빛이 스며 나오는 거리(홍등가)에도 관광객이 많다.
라이브쑈를 보기위한 줄도 만만찮다.
홍등가를 지나 더 나아가면 중국인 상점이 있어 부식을 살 수 있다.
아슬아슬한 차림의 아가씨가 탁자 사이를 오가며 주문을 받는 곳에는 사람이
북적거린다. McDonald 화장실은 별도로 이용료를 내라고 한다.
한솔이를 위해 플라스틱 통을 가지고 다녔다. 나와 아내는 가능한한 참느라
애썼다. 비록 적은 돈이지만 왠지 아까운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다음 날 짐을 꾸려 역으로 나가 비어 있는 코인 락커를 찾았다.
큰 것 두 개를 동시에 넣을 수 없어 머리를 썼다.
배낭 안에 든 짐을 모두 꺼내어 집어 넣기로 했다.
거의 다 들어간다. 내용물을 가득 넣고 문을 잠궜다.
비용을 줄이는 것이 비참하다기 보다는 즐겁다.

 

 

  잔세스칸스(Zoanse Schans) 풍차마을은 한국인 관광객이 많은 곳이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꾸준하게 관광객을 불러 들이는 곳이다.
옛 것을 그대로 간직한 채 관광지이면서도 화려하지 않은 모습에 오히려
감동을 받게 된다. 우리 나라 유명지마다 늘어서 있는 음식점들과 각종 숙소가
떠 오른다.

 

  시식할 수 있는 온갖 치즈를 두 바퀴나 돌면서 먹어 봤다. 시식만으로도 만족했다.
한솔이에게 돈을 주고 아이스크림을 사게 했다. 머뭇거리며 사 온다.
한솔이는 영어를 영어말이라 표현한다. 자기도 영어말을 배우고 싶단다.
이 경험을 잊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영어가 왜 필요한 것인지 스스로
깨우친다면 이번 여행의 목적은 이룬 것이라 생각된다.
국내에서의 영어 교육은 대학 입시용 아니던가.
나역시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이지만 실생활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시험에서 고득점을 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을 전하고 있지 않은가.
교과서가 회화 중심으로 서서히 변하고는 있지만 현실은 시험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게 한다. 이렇게 영어로 의사 소통이 이루어 지는 곳에서 생활을
해야 영어를 언어 수단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데.
헌데 4살짜리가 영어말의 필요성을 얘기하다니. 기특하다.

 

  중앙역으로 돌아오니 시간이 아직 여유가 있다. 다시 시내를 한 바퀴 둘러보고
남은 돈을 독일 마르크로 환전하였다. 한 곳은 바꿔 줄 작은 지폐가 없어 미안하다고
한다. 환전소가 너무 많다. 다른 곳에서 환전하고 역으로 돌아가 짐을 꺼냈다.

 

  한적한 락커 앞에서 어수선하게 늘어진 짐을 다시 배낭에 차곡차곡 집어 넣었다.
산악회 활동을 하면서 익힌 짐꾸리기 방법이 도움이 많이 된다.
엄청난 짐이 배낭 속으로 다 들어가니 주변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 진다.
씩 웃어 주고 역 앞으로가서 메트리스를 깔고 셋이 앉아 감자와 식빵을 먹었다.
후식으로 사과도 깍아 먹었다.
어느 역에서나 볼 수 있는 술 취하고 맛이 간 아저씨가 연신 떠들어댄다.
그 사람이 볼 땐 우리도 불쌍해 보였겠지.
허나 대다수의 여행객들은 배낭을 베고 누워서 쉬기도 하기에 그렇게 이상할 건 없었다.
한솔이는 그렇게 앉아 있는 게 몹시 웃긴 모양이다.
 

  출발 시간이 가까워 출발 플랫폼에서 기다리다 뮌헨으로 가는 야간 열차에 올랐다.
예약석에는 한 명의 한국 여행객이 더 있었다. 6인용에 4명이 탄 것이다.
긴 슬링과 카라비너를 이용하여 문을 걸어 잠그고 침대처럼 만들었다.
동행한 여행객은 막상 도착하고 보니 너무 두려워 후회했다고 한다.
그러다 3명이 일행인 한국팀을 만나 합류하였단다.
나머지 일행을 불러 가지고 간 팩소주 하나를 비웠다.
한참 잠을 자는데 문소리가 요란하여 눈을 뜨니 예약해 놓은 두 사람이 탄다.
다시 자리를 정리하고 4명이 침대를 만들어 아쉬운 대로 잠을 청했다.